영화 코코의 그 축제, 멕시코에서 진짜 봤습니다 — 죽음의 날 이야기
애니메이션 <코코>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기억할 거다.
알록달록한 해골 장식들, 마리골드 꽃잎으로 만든 다리, 그리고 죽은 가족들이 세상으로 돌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화려한 축제. 나도 멕시코로 가기 전까지는 그게 다 영화적으로 과장된 판타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멕시코에 살면서 "죽음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직접 겪어보니, 영화가 오히려 그 정서를 꽤 진지하게 담아냈다는 걸 알게 됐다.


죽음의 날은 슬픈 날일까, 축제일까
한국식 정서로 보면 죽음과 관련된 날은 대체로 무겁고 조심스럽다. 그런데 멕시코의 죽음의 날은 정반대였다. 거리는 온통 밝은 주황빛 마리골드 꽃으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해골 분장을 하고 웃으며 돌아다닌다. 슬퍼하기보다는 떠난 사람을 기억하며 함께 웃고 즐기는 날에 가까웠다. 처음엔 이 온도차가 낯설었지만, 지내다 보니 오히려 이쪽이 더 건강한 애도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 속 그 대사가 마음에 남았던 이유
<코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실 화려한 축제 장면이 아니었다. 영화 속에는 사람이 진짜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육체가 죽는 그 순간이 아니라, 이승에 남은 사람들 중 그를 기억하는 이가 아무도 없게 되는 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확한 대사는 조금씩 다르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정서만큼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 관점이 나에겐 꽤 낯설고도 좋았다. 죽음을 '끝'이 아니라 '기억되는 한 계속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래서 멕시코 사람들이 해마다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죽은 가족을 위한 제단(오프렌다)을 차리고, 사진을 걸고,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려두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그들에게 이 날은 애도가 아니라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확인이자 초대에 가까웠다.


해골 장식품, 무서운 게 아니라 아름다웠다
멕시코를 여행하다 보면 어디서든 해골 모양 장식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처음엔 해골이라는 소재 자체가 좀 섬뜩하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면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화려한 색감으로 정교하게 꽃과 무늬를 그려 넣은 '칼라베라(calavera)' 장식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에 가까웠다. 도자기로 만든 것도 있고, 설탕으로 만든 것도 있고, 크기와 표정도 제각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여행 다니면서 이 장식품들을 하나씩 모으는 게 나에게는 작은 즐거움이었다.

기념품 하나에 담긴 의미
여행 중 사 온 해골 기념품들은 단순한 장식품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예쁘고 신기해서 산 것도 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안에 담긴 '죽음을 대하는 다른 방식'까지 함께 사 온 느낌이다. 집 한켠에 놓인 칼라베라를 볼 때마다, 죽음이 꼭 두렵고 피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죽음의 날, 어디로 가면 좋을까
만약 죽음의 날 시즌에 맞춰 멕시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몇 군데는 특히 챙겨서 가볼 만하다.
멕시코시티(Zócalo) — 수도답게 규모부터 다르다. 대형 퍼레이드와 함께 소칼로 광장 전체가 거대한 오프렌다 설치 작품으로 꾸며지는데,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 처음 죽음의 날을 경험하기엔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이다.
오아하카(Oaxaca) — 전통이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화려한 퍼레이드보다는 각 가정과 공동묘지에서 이어지는 좀 더 원형에 가까운 의식을 볼 수 있어서, 상업적인 느낌보다 진짜 축제의 정서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다.
파츠쿠아로/하니치오 섬(Pátzcuaro / Janitzio) — 미초아칸 지역의 이 섬은 밤에 촛불을 밝힌 배들이 호수를 건너 묘지로 향하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쪽이 훨씬 인상적이다.

미술관 구경도 또 다른 재미였다
산미겔 데 아옌데(San Miguel de Allende)에 있는 파브리카 아우로라(Fábrica La Aurora)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옛 방직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예술·디자인 복합공간인데, 갤러리와 공방들 사이사이에 기념품 숍이 붙어있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들렀는데, 죽음의 날 시즌에 맞춰 가니 완전히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해골 모티프로 만든 작품과 소품들이 공간 곳곳에 가득했는데, 하나하나 색깔도 스타일도 다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다양한 색채와 형태의 예술로 풀어내는 걸 보면서, 단순히 '무섭고 슬픈 것'으로만 여겼던 죽음이 이 나라에서는 정말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돼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마무리하며
멕시코에 가기 전엔 죽음의 날을 그냥 이색적인 축제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완전히 다른 태도가 담겨 있었다.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그 믿음이 축제의 화려함 뒤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해골 장식 하나도 예전과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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