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도 살아봤고, 베트남에서도 살아봤다 — 두 나라, 이렇게 다르더라
"멕시코랑 베트남, 어디가 더 살기 좋아?"
두 나라를 다 살아본 사람으로서 종종 듣는 질문이다. 멕시코에서도 살아봤고 지금은 베트남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둘 다 물가는 저렴하고, 사람들은 정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막상 살아보면 결이 완전히 다르다.
날씨: 같은 더운 나라인 줄


멕시코는 흔히 남미나 중남미의 뜨거운 나라로 오해받지만, 사실 지리적으로는 중미이고 오히려 북미에 더 가깝다. 그래서인지 내가 살던 지역은 하루 안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었다. 아침엔 선선한 가을 날씨, 낮엔 뜨거운 여름, 해가 지면 다시 서늘한 가을, 한밤중엔 제법 쌀쌀해지는 식이었다. 처음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몰라 헤맸다. 얇은 겉옷을 늘 챙겨 다니면서야 겨우 적응이 됐다.
그런데 이 날씨가 은근히 좋았다. 사계절을 하루 안에서 다 느낄 수 있으면서도, 여름엔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없었고 겨울엔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도 없었다. 나에게는 거의 천국 같은 날씨였다. 다만 햇빛이 워낙 강해서 선글라스는 필수였다.
반면 베트남은 사계절 내내 여름인 나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선글라스를 쓴 사람을 잘 보지 못했다. 날은 덥지만 멕시코처럼 눈을 찌를 듯한 강렬한 햇빛은 아니어서, 오히려 나도 여기 와서는 선글라스를 잘 안 쓰게 됐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다르다
가장 먼저 체감한 건 시각적인 차이였다. 멕시코는 색감부터 강렬하다. 벽 하나를 칠해도 원색을 과감하게 쓰고, 거리 전체가 그림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베트남은 좀 더 서정적인 색감이었다. 같은 열대 지역인데도 도시가 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도로 풍경도 인상적으로 달랐다. 멕시코는 의외로 도로가 깨끗한 편이었고 차량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베트남은 정반대였다. 오토바이와 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처음엔 이 틈을 어떻게 건너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체형 차이도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엉덩이가 비현실적으로 커서 처음엔 신기하게 느껴졌다. 베트남은 같은 동양인이다 보니 체형적으로는 비교적 비슷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크게 놀랄 일이 없었다.
물가: 둘 다 싸다고 하는데, 체감은 다르다
멕시코도 베트남도 "물가 저렴한 나라"로 묶이지만, 실제로 지내보면 항목별로 온도차가 크다. 외식 물가, 렌트비, 교통비 각각을 두고 보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싸다고 말하기 애매하다. 오히려 "뭘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체감 물가가 확확 바뀌는 느낌이었다. 로컬 시장 위주로 생활하면 두 나라 다 저렴하지만, 외국인이 찾는 동네나 프랜차이즈로 가는 순간 물가는 순식간에 올라간다.
인사 문화, 이렇게 다를 줄이야
멕시코에서는 인사가 일상 그 자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했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먼저 나가는 사람들이 "부엔 프로베초(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지나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금세 그 문화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베트남에 와서는 오히려 반대의 낯섦을 느꼈다. 우리는 이미 인사하는 문화에 적응이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는 서로 핸드폰만 보거나 아예 말을 섞지 않는 분위기가 더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기보다, 두 나라가 '거리감'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음식: 상상과 현실이 가장 크게 갈렸던 부분


그리고 타코. 한국에서 먹던 유명 멕시칸 프랜차이즈의 타코와 실제 멕시코 현지에서 먹는 타코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다. 한국식은 사워크림이 듬뿍 올라가는 느낌인데, 현지 타코는 훨씬 심플했다. 대신 곁들여 나오는 소스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해서, 찍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장 의외였던 건 따로 있다. 한국에서 멕시코 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게 코로나리타(Coronarita)다. 마가리타 잔에 코로나 맥주병을 거꾸로 꽂아서 마시는, 파티 사진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 칵테일 말이다. 그런데 정작 멕시코에 사는 동안 그걸 마시는 사람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현지인들은 미첼라다(Michelada) 쪽을 훨씬 즐겨 마셨다. 맥주에 라임즙과 칠리 소스, 우스터소스 등을 섞은 새콤짭짤하고 매콤한 칵테일인데, 여기에 오르차타를 곁들이거나 응용한 버전도 흔했다. 한국에서 알던 '멕시코 음식 이미지'와 실제 현지 식문화 사이의 간극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이었다.
결론: 정답은 없다, 그냥 다르다
솔직히 "어디가 더 좋다"는 정답이 없다. 안정적이고 조용한 일상을 원한다면 베트남 쪽이, 좀 더 다이나믹하고 정서적으로 풍부한 자극을 원한다면 멕시코 쪽이 맞는 것 같다. 두 나라 다 살아본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다 —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그 나라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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