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여행 코스 추천 - 필립 아일랜드 펭귄 퍼레이드부터 캥거루 뷰잉 트레일, CERES 농장, NGV까지
설 연휴에 2주 정도 호주 멜버른을 다녀왔어요. 계획에 없이 즉흥으로 갔던 필립 아일랜드가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이 됐고, 예상치 못한 미술관 엘리베이터 사고까지 - 실제 겪은 그대로 정리해봤습니다.

1. 계획에도 없던 필립 아일랜드, 결국 여행 최고의 순간이 되다
사실 필립 아일랜드는 저희 여행 계획에 아예 없었어요. 원하는 날짜에 맞는 투어가 죄다 마감이라 처음엔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여행 막바지에 "그냥 렌트카로 직접 가보자"고 결정한 거예요. 표가 있든 없든 일단 섬이나 구경하러 가자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섬 자체가 너무 예뻤어요. 그리고 알고 보니 투어 패키지 표가 없어도, 직접 운전해서 오는 사람들은 현장 매표소에서 당일 표를 구할 수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혹시 저처럼 미리 투어를 예약 못 하셨다면, 그냥 원하는 날짜에 가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시면 웬만하면 들어갈 수 있어요. 일찍 도착해서 표 사고 섬 구경하고 밥도 먹다가, 저녁 무렵 펭귄 퍼레이드를 보고 나오는 하루 일정으로 짜시면 딱 좋아요.
저희는 프리미엄 보드워크 등급을 끊었는데, 바다는 안 보이고 펭귄들이 지나가는 모래길 근처 데크에서 보는 자리였어요. 더 비싼 등급이라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반 등급이 오히려 바다 앞에서 보는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바다가 보이고 펭귄들이 바다에서 헤엄쳐 나와 걸어오는 걸 볼 수 있는 일반 등급 자리는 또 얼마나 예쁠까 궁금해졌어요. 예약하실 때 등급별로 어떤 자리인지 미리 확인해보고 정하시길 추천드려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펭귄들이 어스름한 바다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오는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사진 촬영은 금지라 눈으로만 담아야 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펭귄 퍼레이드 전에 들렀던 코지 아일랜드(COZY ISLAND RESTAURANT)라는 베트남 음식점에서 먹은 쌀국수가, 이번 여행 통틀어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여행 내내 계속 더웠는데 이상하게 필립 아일랜드에서만 너무 쌀쌀했거든요. 그래서 따뜻한 쌀국수 국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날이 없었으면 멜버른 여행이 뭔가 알맹이 빠진 찐빵 같았을 거예요. 멜버른 가신다면 필립 아일랜드는 진짜 적극 추천드려요. 다만 옷은 꼭 따뜻하게 챙기세요 - 다른 지역이 아무리 더워도 여기는 다르더라고요.




2. 멜버른 대표 자연 코스: 퍼핑 빌리 & 보태닉 가든
호주 멜버른은 문화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도시예요. 유명한 명소들은 알차게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일정을 짰습니다.
가장 먼저 경험한 퍼핑 빌리 증기기관차(Puffing Billy Railway)는 숲속을 가르는 소리와 창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이동하는 느낌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이어 방문한 로열 보태닉 가든스 멜버른은 도심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장소였어요.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수목 사이를 거닐며 잠깐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3. 문릿 생츄어리 와일드라이프 보존 공원 - 솔직 후기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정도 빼놓을 수 없어서 문릿 생츄어리 와일드라이프 보존 공원을 방문했어요.
💡 방문 팁:
생각보다 아담한 소규모 동물원이었어요. 오후에 방문했더니 캥거루들이 대부분 자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는데, 동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침 일찍 방문을 추천드려요.

4. 숙소 근처 놀이터에서 진짜 캥거루 떼를 만나다
두 번째로 묵었던 에어비앤비 근처에 캥거루 뷰잉 트레일(Kangaroo Viewing Trail)이라는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리뷰를 보니 가끔 캥거루가 보인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침 9시쯤 일찍 가봤는데, 그때는 정말 한 마리도 안 보였어요.
근데 놀이터 바닥 모래에 배설물이 꽤 많이 있었어요. 사슴 똥이랑 캥거루 똥이 섞인 것 같은 흔적이었는데, "이 정도 양이면 나올 때는 진짜 많이 나와 있겠다" 싶어서 그날 오후 4시쯤 다시 가봤어요.
그랬더니 세상에, 놀이터 주변이 온통 캥거루와 사슴이었어요.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서 풀을 뜯고 있고, 사슴들은 네 발로 뛰어다니고, 큰 캥거루들은 두 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있더라고요. "아, 여기가 진짜 호주구나" 싶은 순간이었어요. 여기 살면 놀이터에서 놀 때 캥거루들이랑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되게 신났었어요.
동물원에서 본 캥거루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잘못 다가갔다간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놀이터로 가는 길목 산 곳곳에도 캥거루들이 있었는데, 차로 지나가면 이쪽을 경계하듯 쳐다보더라고요. 동물원에서 안전하게 만나는 캥거루랑, 야생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캥거루는 정말 차원이 다른 긴장감과 감동이었어요


5. 멜버른 카페 문화 &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산책
'커피의 도시' 멜버른답게 카페 탐방도 빠질 수 없었어요. Grumbling Goose Coffee Shop에서 마신 플랫 화이트가 부드럽고 향긋했습니다.
이후 들른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은 웅장한 돔 형태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스팟이었어요.


6. NGV(빅토리아 국립미술관) & 아찔했던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NGV)는 입구의 물벽부터 압도적이었어요. 고전 명화부터 현대 미술까지 볼거리가 다양해서, 여유롭게 관람하는 시간이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 마감 방송 후 시작된 비상상황
관람 마감 안내 방송이 나올 무렵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 관람객이 다 나갔다고 판단한 직원이 전원을 꺼버린 모양이었어요. 1층에 도착했는데 문은 안 열리고, 정적 속에서 엘리베이터만 위아래로 덜컹거렸습니다. 갇혀 있으니 정말 손발에 땀이 났어요. 다행히 비상벨을 눌러 직원분들 도움으로 무사히 나왔는데, 문이 열렸을 때 안도의 한숨은 아직도 생생해요.
7. 아이와 함께라면: 세레스 농장의 '더 리듬트리' 음악 수업
멜버른 여행 중 주도(멜버른 시내)뿐 아니라 브런즈윅(Brunswick)에 있는 CERES 농장도 다녀왔어요. 이곳에서 '더 리듬트리(The Rhythm Tree)'라는 음악 수업을 발견했는데, 킨더뮤직이랑 비슷한 느낌의 아이용 리듬 수업이에요.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고, 가격도 크게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었어요. 0세부터 6세까지 참여 가능한 수업이라, 어린 아이와 함께 멜버른 여행하시는 분들이라면 일정에 넣어보시기 좋을 것 같아 정보 삼아 남겨봅니다.


8. SEA LIFE 멜버른 아쿠아리움 - 갈 거면 대중교통으로
작년에 서호주 퍼스에서 갔던 아쿠아리움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멜버른의 SEA LIFE 아쿠아리움도 방문했어요.
규모가 생각보다 진짜 작아요. 한국이나 퍼스의 아쿠아리움을 떠올리고 가시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가실 땐 렌트카보다 트램이나 택시를 추천드려요. 근처에 주차를 했는데 두 시간 조금 넘게 세워뒀을 뿐인데 주차비가 5만 원 가까이 나왔어요. 대중교통이 훨씬 부담 없는 선택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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